
LIGHT 미술가를 위한 빛의 이해와 활용
지은이: 리처드 요트 (Richard Yot)
옮긴이: 안영진
원제: Light for Visual Artists: Understanding & Using Light in Art & Design
발행: 2014년4월2일
면수: 175쪽
판형: 213x276mm
정가: 20,000원
ISBN 978-89-97716-42-5 (03600)
으아이고 이놈도 나온 지 벌써 두 달이 넘어 버렸군요; 번역고만 뿍 토해 놓고 소개글 하나 쓰는 것도 질질 끌고 있는 이 불초 번역쟁이를 용서하십시오ㅠ
게다가 이게 딱 10개월 만의 포스팅이고 2014년 첫 글이야 맙소사; 새 새해복 많…이?
아, 아무튼 소개 갑니다! LIGHT, 이번엔 빛입니다!
'빛 이론'이라고 뭉뚱그렸는데… 이게 좀 부르기가 애매합니다. '명암법'이라고 하면 흑백 명도를 다루는 요령으로 한정되어 버리고, '조명법'이라고 하면(사실 말뜻은 가장 적절합니다만) 무대나 영화에서 조명을 배치하는 기법을 가리키는 말로 더 널리 쓰이니까요. 색채 개념과 모델링 기법, 반사 및 투명 원리까지 포함하려면… 그냥 그 모든 것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원인인 '빛'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저 표지의 하얀 공에 '빛'을 대빵 크게 박자니 너무 압박이라; 고민하다 걍 원서의 'LIGHT'를 그대로 두는 쪽을 택했습니다 크허허 속편하다-3-;
그래서… 빛 이론입니다. 대상 분야는 사실적인 공간 재현을 하는 평면 미술! 그러니까 회화, 삽화, 만화 정도…? '조명 디자인'에 속하는 내용도 다루긴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그렇게 연출된 공간을 평면 이미지로 재현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 진짜 인테리어나 무대연출하고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직빵으로 통하는 분야는 역시 게임 일러스트 쪽이려나? 아 뭐 물론 넓게 보자면 빛을 표현하는 모든 시각예술에 쓰일 수 있고요.
『LIGHT 미술가를 위한 빛의 이해와 활용』은 여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굉장히 체계적으로 다루면서도 실용성과 심오함의 균형을 잡은 책입니다. 예, 그 점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이 빛 이론이라는 게, 깊이 파고들기로 말하면 순수 과학이 되어버려서 비전공자는 다 죽어납니다; 반대로 실전적으로 빠지자면 양상이 너무 다양하고 작가의 센스에 의존하는 부분이 커서(특히 색은 미술에서 가장 주관적인 요소입죠) 멋진 예는 많아도 그걸 관통하는 일반적인 접근법이랄 게… 딱히 없게 됩니다. 
이 책은 그 중간에서 위치 선정을 진짜 잘 했습니다. 이게 빛의 기초를 다룬 1부의 일반적인 구성인데요, 하얀 바닥 위에 하얀 공이 놓인 개략도를 통해 해당 주제에서 설명하는 빛의 조건을 보여주고 그걸 적절한 예시 도판과 함께 설명합니다. 충실하게 설명하되 너무 광학에 치우치지는 않으면서 실전에 도움이 되는 지침을 쏠쏠하게 제공해 줘요!
사실 저도 광학이나 색채 이론은 입시미술 할 때 학원에서 배운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걍 그냥 빛 받으면 밝고 못 받으면 어두워지는거고… 그거 잘 표현하면 분위기 살고 입체감 나오는 거 아냐? 색이야 뭐 고르는 센스 문제고… 라고 생각했었는데 와,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번역하면서 즈응말 많이 배웠습니다.

이 책의 1부에서 열 개 장으로 나눠 설명하는 기초 원리는 정말 얌얌 곱씹어 소화할 가치가 있습니다. 처음 빛의 방향이라던가 자연광/인공광 차이 정도까지는 에이 뭐야 이런 건 상식적으로 누구나 아는 거잖아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6장부터 9장에 걸쳐 다루는 표면 특성과 반사 문제는, 글쎄, 각 현상의 존재와 그 원리 하나하나는 기존의 광학이나 회화 이론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저자 요트 씨는 그들을 굉장히 신선하고 대담한 방법으로 엮어냅니다. 특히 직사광, 정반사, 투명을 한 덩어리로 묶고 확산광, 난반사, 반투명을 하나로 묶어 설명하는 건 정말 놀라웠습니다.
기존 미술에서는 '회화적인 빛', 그러니까 한쪽에서 충분히 강하고 부드러운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반대쪽에 색감이 약간 다른 반사광이 있어서 대상의 입체감과 질감을 부각시키는 조명 조건을 '정석'으로 간주합니다. 석고상이나 정물로 입시미술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실제로는 보이지도 않는 그림자 라인 선명하게 표현하고 빨간 사과의 반사광에 파란 기운 살짝 주고ㅋㅋ 다 공식화해서 배우던 거요. 뭐 그게 대상 하나를 가장 부각시키는 조명 조건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면서 보는 풍경이 죄다 그런 빛을 받고 있던가요? 아닙니다. 전혀 다른 빛이 필요한 상황도 있고, 정석에서 벗어난 빛이 주는 정서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럼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햇빛은 나는데 엷은 안개 사이로 눈발이 날리는 날에는 세상이 온통 아련한 연보랏빛에 잠기고 선명한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죠. 분명 이건 '회화적인 빛'과는 거리가 먼 조명 조건입니다. 그러나 이때도 빛은 철저히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하고 있습니다. 햇빛이 대기 중의 미립자에 수없이 튕기면서 흩어지기에 조명이 방향성을 잃고 풍경의 전반적인 대비가 떨어지면서 푸른 색조를 띠게 되는 거죠.
그럼 이 장면의 전경에 인물이 등장한다면 그의 얼굴은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요? 미술학원에서 배웠듯 안 보이는 빛을 만들기 위해 코 밑과 눈 밑에 짙은 그림자를 깔아 줘야 할까요? 안 됩니다! 이런 빛에서는 그림자가 없는 게 맞습니다. 그럼 얼굴을 민짜로 빼냐고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강한 직사광을 받은 얼굴의 특성이고, 이렇게 강한 확산광에서는 조명의 방향성은 없어도 주변광 차단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풍부한 모델링이 나타납니다. 연기가 자욱한 실내 풍경도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빛 조건은 비슷하기에 같은 요령으로 연출할 수 있죠.
이렇게, 『LIGHT 미술가를 위한 빛의 이해와 활용』은 편협한 정석을 벗어나 훨씬 폭넓은 빛 상황을 두루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책의 2부에서는 인물/환경에서 빛의 원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루고 3부에서는 실제 작품, 주로 영화에서 조명이 쓰이는 예를 다룹니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 시선을 유도하고 정서적인 효과를 내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 간략히 설명해 주죠. 읽어보면 쏠쏠합니다… 근데 다른 얘기지만 이 바닥의 영미권 아저씨 중에 스타워즈빠 아닌 사람이 없는 듯; 요트 씨도 갑자기 스타워즈 얘기에서 엄청 달아오르십니다; 다른 작품은 그냥 그 장면만 설명하고 넘어가면서 스타워즈는 행성 이름을 줄줄 읊고 말이죠 막;
사실 1부가 전체 내용의 2/3 이상이라서 나머지 2, 3부가 좀 빈약한 느낌이 있긴 합니다. 갠쩍으로는 뒷부분을 더 보강해서 전체 200여 페이지 정도로 꾸렸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자, 너무 좋은 얘기만 했으니 좀 까볼까요? 이 책의 참고 도판은 주로 빛의 원리를 설명하는 사진과 3D 렌더링입니다. 그 밖에 저자가 직접 그린 드로잉과 일러스트도 가끔 나오는데, 이게… 소오오올직히 그다지 쩔지는 않아요; 홈페이지 가 보면 디지털 기법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주로 하시는 것 같은데… 엄청 성실하게 그렸고 빛을 잘 이용했고 나름 독특한 매력은 있지만 음…ㅠㅠ
이거랑 비교될 수밖에 없어서 더욱 그렇습니다ㅠ 화보집으로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만큼 멋진 도판을 자랑하는 제임스 거니의 『컬러 앤 라이트』. 근데 뭐 거니느님이야 전통 회화 기법에 워낙 통달한 분이고… 저자의 그림 실력이랑 그가 쓴 이론서를 읽은 학생의 실력은 엄연히 별개잖아요? 그렇다고 『컬러 앤 라이트』의 내용이 빈약하다는 건 아닙니다만; 거니가 수작업 중심으로 다양한 소주제에 걸쳐 상세한 팁을 제시한다면, 요트는 최근의 디지털 작업에 초점을 맞춰 보다 큰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우리에게 보탬이 되는 면에서는 절대 못하지 않다고 봐요!
아 뭐야 깐다면서 옹호를 해버렸어… 이번엔 진짜 깔게요! 보다 보면 과학적으로 틀린 내용이 좀 나옵니다. 이를테면 색온도 원리의 예로 촛불의 불꽃 색 예를 드는 이 도판. 근데 제가 알기로 색온도는 완전흑체를 가열할 때 나오는 색을 기준으로 하는 거고 촛불의 불꽃심이 푸른 기운을 띠는 건 화학적인 이유 때문이거든요. 속불꽃은 겉불꽃보다 오히려 온도가 낮고 말이죠. 이걸 제가 어케 고쳐 볼까 하다가 엄두가 안 나서 걍 '온도'만 '색온도'로 바꿔 두었습니다. 원서에는 불꽃심이 가장 뜨겁고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진다고 되어 있어요;
자, 이런 책입니다. 물론 명암과 채색에는 여전히 그림쟁이의 감각과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만, 이 영역에서 이론화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면 그것은 『LIGHT 미술가를 위한 빛의 이해와 활용』에 가장 잘 정리되어 있다고 단언하겠습니다.





덧글
아주 맘에 드네요.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출판하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시 추천할만한 책이 있나요?
제임스 거니의 컬러 앤 라이트는 물론 갖고 있습니다.
비즈앤비즈에서도 이쪽 분야의 책을 더 내려고 합니다만 쉽지가 않네요. 빛과 색을 다룬 실용미술서가 해외에도 그리 많지 않거든요. 본격적인 광학/색채이론으로 가지 않으면 실전 예제 위주로 빠지기 쉬워서... 이게 또 괜찮은 책이 있어도 판권 문제가 안 풀리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ㅠ
어째 입장이 반대가 됐습니다만 좋은 책 추천해 주시면 출판사에 전달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ㅠㅠ
혹시 13페이지에 광원의 작을수록에
광원의 무엇이 작을수록인지 알려 주실수 있나요?
Burne Hogarth - Dynamic wrinkles and drapery 그리고, Dynamic light and shade
이 아저씨 다른 책 4개는 번역이 되어있어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위의 두개는 번역이 안되있더라고요.
정말 좋아보이는데 ㅠㅠ
혹시 관심있으시면... 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그리고 투시법 책 3권 번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변명을 좀 해보자면...
Dynamic wrinkles and drapery 는 확실히 번역이 되지 않은것 같네요. 국립도서관에서 검색해봤는데 없더라고요.
옷 주름이라던지, 이쪽은 관련서적이 거의 없는데 이참에 한번 해보시는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