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점투시법의 변환과 기존 투시공간에 다른 대상을 배치하는 문제 연구/주석

좋은 질문을 받고 고민하다가 말만으로는 답변이 안 되겠기에 간만에 블로그 봉인을 깼습니다!

질문은 (1)같은 정육면체를 같은 위치에 투시만 다르게 적용하여 그리는 법은? (2)삼점투시에서 임의의 위치에 정육면체를 배치하는 법은? 이었는데요, 처음엔 간단히 원론적인 답변만 드리려 했지만 좀 생각해 보니 이게 꽤 큰 문제더라고요.

일단 1/2/3점 투시법은 원리상으로는 같은 도법입니다. 상이 하나의 시점으로 모여들고, 그게 맺히는 화면은 평면으로 전제되니까요. 소실점 수의 차이는 기준이 되는 정육면체가 화면과 이루는 관계에 따라 갈립니다.

그래서 맨 왼쪽처럼 정육면체의 면 중 하나가 화면과 평행이고 나머지 둘은 직각이라면 1점투시법이 됩니다. 이 경우 소실점(VP)는 시중점(CV)와 일치하고, 제가 그린 것처럼 그게 정육면체의 정면 안에 들어 있을 경우 그 모습은 그냥 정사각형이 됩니다.

그 오른쪽은 정육면체를 옆으로 돌려서 두 면을 화면에 대해 비스듬하게 만들고 바닥면은 그대로 직각인 상태. 기울어진 면에 대해 각각 하나씩 두 개의 소실점(VP1, VP2)이 생기는 2점투시법이죠. 이제 시중점은 그 사이에 존재하고, 양쪽 소실점과의 거리는 돌린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은 그리기 편하게-_- 45도로 했지만...

 다른 각도의 2점투시법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도의 편의상 보통 45/45 아니면 30/60도가 많이 쓰이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1점투시법과 2점투시법은 이렇게 한 공간상에 나타내기 좋고 실전에서도 얼마든지 혼용이 가능합니다. 각 소실점이 뭐에 해당하는지 헷갈리지만 않으면 돼요. 이건 다 '돌림'이 하나의 축에서만 일어나고, 그러기에 '지평선'을 공유하기 때문이죠. 높이 방향의 수직선이 그림상에서도 모두 수직으로 나타난다는 것도 큰 이점입니다.

자 근데 문제는 이노메 3점투시법이....

 원리는 간단합니다. 2점투시법 상태에서 다른 축으로, 그러니까 높이 방향으로 약간 굴려서 세 면이 모두 화면에 대해 비스듬하게 만들면 3점투시법입니다. 이번에도 최대한 작도를 편하게 하기 위해 45도만 올렸지만... 아오, 평면도부터가 뭔가 빡치네요-_-

어쨌든 결과물은 세 묶음의 모서리가 모두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면서 소실점 세 개가 생기는 3점투시법입니다. 제가 소실점을 제대로 안 찍은 건 작도를 대충 해서 투시선이 한 점에 안 모이니까 그런 거니 감안해 주세요; 아무튼 대부분의 미술용 투시원근법 교재는 그러니까 높이 방향의 수직선들을 저 VP3으로 모여들게 하면 돼요 알겠죠? 하고 논의를 마칩니다.

이해는 가지만... 질문 주신 분처럼 그럼 이걸 다른 1/2점 투시법이나 각도가 다른 3점투시와 혼용할 수는 없는 걸까? 까지 생각이 나아갔다면 매우 훌륭하십니다! 근데... 그게 진짜 힘들어요ㅠ

 자, 제가 3점투시법 작도하기가 귀찮은 관계로 일러스트레이터 그리드툴로 때웁시다; 문제는 3점투시법이 기존의 1, 2투시법과 지평선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당연하죠. 바닥면까지도 기울었기 때문에 가로/세로 방향의 모서리에 해당하는 소실점, 아까 그림의 VP1과 VP2조차도 지평선 위에 생기지 않고 저 위에 지들끼리 새로운 지평선을 만들어 버립니다. 이건 실제 바닥의 지평선이 아니고 저 정육면체 하나에 대한 지평선이죠. 위 그리드에서 맨 위의 수평선이 그거고 중간쯤에 시중점을 지나는 수평선이 원래의, 그러나 이 정육면체와는 이제 별 상관이 없는 바닥면의 지평선입니다.

사실 이게 3점투시법의 가장 큰 차이에요. 시중점이 지평선을 떠났다는 것! 이게 진짜 중요한 건데 미술용 원근법 이론에서는 어려워서 그런지 잘 언급되지 않는 것 같아요.

'시중점이 지평선을 떠났다'는 의미를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보통 3점투시법을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볼때 쓴다고 하지만 사실 그거 자체는 2점투시법에서도 가능합니다. 윗면 잘 보이잖아요? 다만 높이 방향의 축소가 적용되지 않아 심하게 내려다볼수록 어색한 느낌이 강해질 뿐이죠. 아무튼 이때 시중점은 계속 위에, 지평선상에 있는 겁니다. 화면이 계속 수직을 유지하고 있죠? 그게 그 의미입니다. 고개는 정면에 고정한 채 곁눈질로 불편하게 아래를 보는 상황이랄까요?

 그리고 이게 3점투시법입니다. 화면이 시선과 직각을 이루며 함께 기울어지죠? 고개를 숙여서 제대로 내려다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 시중점이 지평선을 떠나는 거고요. 완전히 90도로 내려다본 맨 아래 상황에서는 아예 1점투시법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리하자면, 3점투시법이 훨씬 포괄적이고 우리 실제 시각 경험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사물 상당수는 지표면이라는 평면을 기준으로 배열되어 있고, 우리가 크게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볼 일은 잘 없기에(즉 우리 시선 방향은 대개 지면에 대해 평행이기에) 전통적인 손그림에서는 1/2점투시법으로 대부분의 이미지를 처리해 온 겁니다.

 하지만 사진과 3D그래픽 기술이 보급된 오늘날에는 누구라도 빠르고 정확히 3점투시법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요즘 3점투시법 작도를 갖고 골머리를 앓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근데 뭐 얘기하다 여기까지 왔죠? 아, 네네; 질문자님 질문에 다시 답을 드리자면,

하나,  1/2/3점 투시원근법은 기본적으로 혼용 가능합니다. 같은 공간 안에 다른 도법으로 그린 사물을 마구 합쳐 놔도 틀리진 않아요. 다만 사물들끼리 줄지어 있다거나 같은 평면상에 놓여 있다거나 하는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경우 그에 맞춰 소실점을 적절히 공유하게 해야 바닥이 들려 보이거나 기둥이 기울어 보이지 않죠. 아참, 화각을 맞춰야 하는데 이건 음... 다른 문제니 나중에ㅠ

둘, 3점투시법에 따른 기준 정육면체가 정확히 작도되어 있는 경우 그 공간에 새로운 정육면체를 추가하고 싶을 때, (1)세 면의 방향이 동일한 정육면체라면 기준 정육면체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정확히 그릴 수 있습니다. 2점투시법에서 벽돌쌓기하는 거랑 똑같아요... 작도가 어려울 뿐ㅠ (2)한 면만 같고 나머지가 다르다면, 1/2점 투시법을 함께 쓸 때 정육면체를 돌리는 방법처럼 지평선상에서 두 개의 소실점을 움직이는 식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작도가...ㅠㅠ (3)세 면의 방향이 다 다르면 그냥 새로운 3점투시법 작도를 다시 하는 거랑 다를 게 없습니다; 하나도 힘든데 두 개를 겹쳐서 하려면 소실점도 많아지고 투시선은 더더욱 많아지고 작도가 더더더더욱ㅠㅠ

결론: 3점 쓰지 마세요 그 구도를 얻으려면 사진이나 3D 쓰세요ㅠ

덧: 써놓고 보니 제가 시중점-지평선 관계를 설명하는 게 중간에 바뀌었는데, 처음엔 지평선을 먼저 설정해 놓고 정육면체를 기울여서 어긋나게 하는 거였고 나중엔 정육면체는 바닥에 잘 놓여 있는데 그걸 시선을 기울여 보는 거니까 상대적으로는 같은 얘깁니다 괜히 헷갈리지 마세요ㅠ

덧덧: 여기 쓴 도판이랑 설명은 많은 부분 제이 더블린, [디자인 투시도법], 미진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도학을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시려면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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