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처와 캐릭터 디자인하기 생계/홍보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컨셉 아티스트를 위한

크리처와 캐릭터 디자인하기



저자: 마크 타로 홈스
역자: 안영진

원제: DESIGNING CREATURES AND CHARACTERS


발행: 2018년3월15일
면수: 192쪽
판형: 203x254*12mm
정가: 20,000원
ISBN: 979-11-6058-011-2 (03650)






 오랜만에 새 책이 나왔습니다! 『크리처와 캐릭터 디자인하기』! 주로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괴물의 컨셉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게임계에도 컨셉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많이 자리를 잡았죠? 일러스트나 인게임 그래픽, 애니메이션과는 구분되는, 이들 영역 모두를 연결하고 이끄는, 그리고 게임 기획이나 시나리오, 프로그래밍 부문과도 긴밀히 협력해야 하기에 게임 전반에 걸친 이해가 요구되는 어엄청난 역할! 그래서 컨셉 아티스트(원화가)의 대빵은 아트 디렉터로서 게임의 시각적 요소 전반을 총괄하게 되죠!

그런 어려운 작업을 가르치겠다고 책을 썼을 정도면 컨셉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얼마나 뛰어나고 유명한 분일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네, 바로 이분이십니다. 마크 타로 홈스 님!!!

 …음, 처음 듣는다고요? 그 그래요 그럴 수 있어요 사실 저도 이 책 번역하기 전엔 몰랐답니다 그 그치만!

 이 겜은 다들 아시죠? 발더스 게이트! 요…요즘 젊은 분들은 잘 모르시려나? 저 어릴 땐 이게 짱이었는데ㅠ 그럼 이건 어때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 반지의 제왕 온라인! 드래곤 에이지! 여기에 모두 참여하신 분이랍니다! 어때요, 대단하죠!

 사실 이분의 진짜 대표작은 요겁니다. 2002년의 네버윈터나이츠. 단순히 아티스트로 참여한 정도가 아니라 아트 디렉터에 코어 게임 디자인까지 다 해먹으셨더군요. 이 겜의 시각적인 부분은 몽땅 홈스 씨 작품이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그럼 저 누나를 이분이 그린 거냐면 그건 아니고… 팀 내의 일러스터가 그렸겠죠. 원래 컨셉 디자이너의 그림은 게임에 직접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럼 대체 뭘 하고 월급을 타먹는 거냐! 바로 그게 『크리처와 캐릭터 디자인하기』의 핵심입니다!
  
 동료들이 열심히 일할 때 컨셉 아티스트는, 낙서를 합니다(...) …물론 심심해서 하는 낙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짜내 동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낙서죠. 이런 그림의 퀄리티가 휘갈긴 낙서 수준일 수밖에 없는 건, 그만큼 빨리 많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와, 저도 진짜 이 정도인줄은 몰랐는데, 가령 저 사티로스 디자인, 솔찌 처음 한두 개도 충분히 괜찮잖아요? 저라면 그냥 저거 주고 괜찮지 죽이지 잘해봐 하고 밥먹으러 갈 거 같은데-_- 홈스 씨는 디자인 하나 뽑으려면 최소 열몇 개 정도는 해봐야 한다면서 부득부득 저렇게 그려대십니다; 비례나 디테일을 조금씩 바꿔 가면서요. 이걸 '브레인스토밍 스케치'라 합니다.

 그리고 브레인스토밍 스케치 중 괜찮은 걸 몇 개 골라 좀 다듬고(혹은 새로 그리고) 간단히 색을 입힌 이런 그림을 '프리젠테이션 드로잉'이라고 합니다. 나름 하나의 '디자인'으로서 제작진 내부의 소통에 쓰이는 이미지죠. 멋진 건 나중에 팬북에 넣거나 홍보 자료로 뿌릴 수도 있겠고요.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디자인 문제는 대개 이 프리젠테이션 드로잉을 갖고 논하게 됩니다. …겸하여 숙제도 프리젠테이션 드로잉 몇 장 그려 오란 게 많고요ㅠ


 홈스 님은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매우 흥미롭고 다양한 디자인 과제와 문제 상황을 제시합니다. 가령 이건 전혀 다른 크리쳐 둘의 신체 특징을 조합하여 새로운 혼종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 그 밖에 외계 기생체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전신을 기괴하게 변형시키는 과정을 그려 보라던가, 특수한 신체 구조를 이용한 공격 방식을 가진 생명체를 디자인하라던가! 그리고 그걸 홈스 님이 해결하는 솜씨도 진짜 대단하셔서… 와우, 정말 그림 안 그리는 분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물론 저보고 하라 그러면 엄청 골때릴 거 같긴 하지만;; 컨셉 아티스트가 될 야망이 있는 분은 한번 직접 도전해 보시죠!


 음, 이쯤에서 짚고 가는 게 좋겠군요. 이 책 컨셉이 게임입니다; '장(chapter)' 대신 '레벨'이라고 해서 과제를 미션처럼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고요; 심지어 업적(도전 과제) 시스템까지 있습니다;; 별거 아니고 걍 예제인데 더 빡시게 하면 추가 업적 주고 그런 거예요;;; 총 155개나 되는데, 신선한 것도 약간은 있지만 대개는 더 많이 해라, 기본이 세 개였으면 3개씩 더 할 때마다 티어 승급 뭐 그딴 식입니다ㅠ 뭐 엄청 힘들긴 하겠지만 정말 업적 다 채우면서 하면 연습이 무지막지하게 되면서 실력이 엄청 붙을 거 같긴 합니다… 음… 여러분 파이팅^^/

 그리고… 이 업적이나 프로젝트 이름이 좀 이상하게 번역된 걸 보실 텐데… 이게 대부분 어디선가 따온 오마주나 패러디입니다ㅠㅠ 찾아보면 태반이 뭔 옛날 팝송이나 영화 제목이고ㅠ 심지어 게임이나 인터넷 밈도 있어요; 대충 알아먹긴 하겠는데 이걸 뭐 어케 우리말로 옮기기가 애매해서; 어중간하게 음역하거나 의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보스의 쫄다구 크리처 디자인하는 과제의 업적 이름은 'I am legion', 이거 스타2에서 캐리건 대사죠? 이거야 국내에도 유명하고 한글화가 잘 된 겜이니 그냥 '나는 군단이다'로 하면 무난한데, 'Monster and Commander' 이건 그 브래드 피트랑 폴 베타니 나온 영화 '마스터 맨드 커맨더'의 패러디입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영화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걸 몬스터 오브 커맨더로 옮기면 누가 알아듣겠냐ㅠㅠ 싶은 거죠. 그래서 그냥 '괴물 부대'로 의역; 음, 제가 한번 더 소화해서 더 우리에게 와닿는 명칭을 궁리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뭐 '인정사정 볼것없다'처럼 한국 영화 제목 써서 나름 현지화한 것도 있긴 해요ㅠ; 아 너무 길어졌는데 암튼 이건 중요한 건 아니고;

 제가 『크리처와 캐릭터 디자인하기』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게임 제작 현장에서 컨셉 아티스트로서 맞닥뜨릴 실무상의, 그리고 좀 정치적인; 난관을 다룬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그림에 감각이 전혀 없는 동료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앙~" 요러면서 답답하게 군다거나, 높으신 분이 멀쩡한 디자인을 퇴짜 놓으면서 사람을 쓸데없이 빡시게 굴리려 든다거나~ 할 때 그냥 참거나 싸우거나 사표를 내기보다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해결하는 법을 제시하죠.

 홈스 님의 해결책은, 아이디어가 까였다고 좌절하지 말고 더 좋은 걸 더 많이 그려서 가져가라(...), 그리고 존못들도 알아먹을 만큼 선명한 방향을 제시해 주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애들이 자꾸 막연한 소릴 하면 위처럼 디자인을 완전히 다른 두 방향으로 양극화(이 경우엔 갑옷 디자인의 사실성/과장)시켜서 동료들한테 야 그러니까 이게 낫냐 저게 낫냐 하고 물어보란 겁니다. 물론 아까 브레인 스토밍 단계에서 했듯 필요에 따라 조금씩 다른 디자인을 수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그래서 적절한 디자인의 범위가 나오면 그 중간쯤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하나 뿅! 실무 해보신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프로답고 존경스러운 태도인지 느끼실 겁니다. 저야 뭐 컨셉 디자인 일을 해본 건 아니고 걍 삽화 몇 장 팔아먹은 정도지만 그런 수준에서도 주문자가 이러쿵저러쿵 피드백 주면 금방 짜증이 났거든요; 흥 처음 내 디자인이 제일 좋은데 지가 뭘 안다고 이래라저래라야 흥흥<- 아마 이래서 제가 프로가 못 됐나 봅니다ㅠ

 스타일에 대한 충고도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자기 스타일을 찾고 살려야 하지만 동시에 상반된 스타일도 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요. 음 좋은 얘기긴 한데 문제는 이 얘기를 하면서 나온 그림이…

 이거예욬ㅋㅋㅋ 오른쪽 뭐야 저겈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홈스 님 이분 그림 자체가 개성이 엄청 확실해서, 삐쩍 말라서 자글자글 징그러운 디테일이 많은 괴물을 잘 그리십니다. 그래서 오른쪽 저놈은 그런 나도 귀엽게 그리려면 이렇게 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 던 거 같은데… 형 그냥 하지 마요ㅠ 아놔 꿈에 나올까 무서워ㅠㅠㅠ 아니, 어쩌면 스타일 안 맞는 걸 억지로 그리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신 건가? 지금 다시 읽어도 좀 애매하네요;;

 아, 요걸 빼놓을 뻔했군요. 게임 제작에 있어서의 컨셉 디자인은 시각적인 요소만 생각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니까 단순히 보기 멋진 것만으로는 안 되고 인게임에 잘 구현되고 원활히 돌아갈 수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라는 거죠. 특히나 요즘은 대부분의 게임이 인게임은 3D로 구현되니까, 같은 캐릭터가 평면 일러와 3D 모델로 구현되었을 때 괴리감이 적어야 하고 컴퓨터 사양이나 게임 엔진이 감당 가능한 범위도 고려해야 하고~ 와, 진짜 어려운 일이네요 컨셉 디자인이란;

 요건 그런 예로 홈스 씨가 든 겁니다. 저 꼬맹이 마법사가 주문을 써서 팔다리를 늘이고(...) 장비를 소환해서 전사로 변신한다는 아이디어는, 뭐 멋지긴 하지만 그러면 관절 위치가 죄다 달라지니까 인게임 모델에 뼈대 다 다시 심고 근접 전투 모션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동료들이 죽어난다는 거죠ㅠㅠ 얼핏 자유로운 발상이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 그걸 적절히 제한하는 것도 컨셉 아티스트의 역량인 겁니다!

 애구, 아직 반밖에 못 읽었는데 리뷰가 너무 길어졌네요; 3장은 스토리보드, 4장은 배경까지 들어가고 퀄도 많이 뽑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다루는데… 에이 귀찮다 그냥 님들이 직접 읽어보세요 그림도 훨씬 멋지고 재밌어요~ 근데 홈스 님은 전체에 걸쳐 아이디어를 짜내는 앞단계, 즉 브레인스토밍 스케치와 프리젠테이션 드로잉을 훨씬 강조하십니다. 뒷부분도 그걸 바탕으로 완성된 일러스트까지 뽑아 보란 얘기에요. 예, 뒷부분 과제는 정말 하나 하는 것도 장난 아니겠죠;; 다 다시 한 번 여러분 파이팅^^/

 자, 이런 책입니다. 가장 추천하는 독자는 물론 컨셉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꿈나무들입니다. 일러스트 하다가 이리 빠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컨셉 아트를 지망하는 게 맞는 분도 있을 겁니다. 이 책을 보면서 컨셉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한 감을 잡고, 실무에서 맞닥뜨릴 문제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한글판엔 반영 안 됐지만 이 책 부제가 원래 '컨셉 아티스트를 위한 포트폴리오 만들기'에요. 그니까 여기 제시된 과제들을 따라 연습한 결과물을 그대로 모으면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는 얘깁니다! 막연히 자기 꼴리는 그림만 모아 놓은 것보다 다양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노력한 포폴이 구직 시장에선 훨씬 좋은 평가를 받겠죠?

 이미 게임업계에 계신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컨셉 아티스트 말고 다른 거 하는 분들도, 거기 프로그래머 씨도 다 한 권씩 사세요. 아니 팔아먹으려고 하는 소리 맞긴 한데 팀웍 중요하잖아요? 아트 팀이 뭘 고민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고를 치는지(...), 어떻게 해야 더 잘 맞춰 가며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 왜 아트 팀에 골때리는 독불장군이 있거든 싸우지 말고 조용히 이 책을 선물하세요. 메시지가 전달될 겁니다^^ 와 이럼 진짜 잘 팔리겠다 몇만 권 나가는 거 아냐 와 대박

 음 짤이 다 떨어졌으니 이걸로… 홈스 님은 뛰어난 수채화가이기도 합니다. 쩔죠? 저거 야외에서 직접 저렇게 그리심; 어째 무테로 배경 파는 솜씨가 심상찮다 했어; 아예 저거만 모은 책도 따로 내셨어요. 홈피(https://citizensketcher.com/)에서 만나보세요~

 끝으로 단점 하나만 얘기하자면 이 책이 짜임새가 엄청 좋다거나 독창적인 이론이 있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대신 거친 현장의 활기와 노련한 고참의 지혜가 있죠! 아무래도 저자가 바로 최근까지 현역으로 뛰셨던 분이라 장단이 좀 갈리는 것 같아요. 교과서보다는 실전 문제집 느낌이랄까? 아무튼 미디어 산업이 성숙할수록 점점 중요해져 갈 컨셉 디자인 분야에 참 좋은 책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그 소개를 맡게 되어 영광이며,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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