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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 비즈앤비즈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것입니다. 따… 딱히 광고포스팅은 아닙니다만;
![]() 하지만 19세기 중반 사진술이 발명되면서 판화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져 갔고, 인쇄 기술의 발달로 손그림을 바로 인쇄할 수 있게 되면서 펜그림이 주류를 이루게 된 만화도 완전히 독립해 나갔습니다. 오늘날 만화의 뿌리가 판화에 있다는 사실은 만화가들에게도 거의 잊혀져 버렸죠. 이런 못된 자식을 봤나-3-; 그런데, 사실 판화에서 나온 예술은 하나가 더 있습니다. 또다른 판화의 후예, 말하자면 만화의 형제가 20세기 초까지 살아있었다구요! 바로 워드리스 북 Wordless Book 입니다. ![]() Frans Masereel - Passionate Journey(1919) 워드리스 북은 오늘날 글이 없는 그림책의 의미로 쓰입니다만, 여기서는 조금 좁게, 20세기 초반에 등장했던 연작 판화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겠습니다. 일단 형식상으로는 연작 판화입니다. 대부분 흑백 목판화 형태를 취하는데, 이런 형식 자체는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만화처럼 완전히 새로운 예술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기록성에서 자유로워진 판화 역사의 일부로 보아야 할까요? 하지만 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과 함께 '서사 예술'로 묶을 수 있습니다. 보통 수십 장의 판화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데, 각각은 이야기의 한 장면을 이루지만 만화처럼 한 장 안에서 컷이 분할된다거나 텍스트와 결합한다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오로지 그림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달하죠. 그래서 친절한 매체에 익숙한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좀 읽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텍스트의 도움 없이 오로지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 Lind Ward - Song Sithout Words(1936) 이를테면 이런 작품에서 워드리스 북의 참맛을 볼 수 있죠. 쥑이지 않습니까-3-? 어떤 아줌마가 그래 이 더러운 세상아 덤벼바 뭐 이러는 장면인데, 사실적인 원근법이나 명암법 대신 고도의 상징과 표현주의(독일 표현주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았대요)적인 기법으로 장면을 재구성합니다. 순수한 그림 한 장의 전달력은 그 어떤 만화보다도 나은 것 같네요. 단순한 이야기의 맥락 뿐 아니라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까지도 함께 전달하니까요. 오늘날 상투적인 그림이나 대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이야기를 풀어가지 못하는 못난 만화가들이 상기해야 할 '이야기그림'의 순수한 모습이 여기 있습니다. 아까 만화가들이 판화를 잊어버렸다고 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죠. 이를테면, ![]() Art Spiegelman - Prisoner On the Hell Planet(1972) 이런 작품은 만화사의 걸작이면서도 분명히 워드리스 북의 영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슈피겔만 옹의 어눌한 선이 갖는 마력적인 표현력이 어디서 왔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네요. 워드리스 북은 20세기 초반에 대중적으로도 상당히 인기를 끌며 독자적인 예술 장르를 구축… 하는 듯하다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고 금방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즈앤비즈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가를 모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갠쩍으로는 아까 해골바가지 그린 린드 워드가 제일 인상적이더군요. 솔까말 뭐-_-, 그닥 재밌지는 않습니다. 일단 아까 말했다시피 읽기 어려운 것도 있고, 작품마다 주요 장면 몇 개씩만 뽑아 놓았기 때문에 도저히 이야기를 즐길 수는 없어요. 그냥 잊혀진 만화의 형제를 소개하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만화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새로운 표현의 세계를 찾고 싶은 작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네요. 이 책을 계기로 진짜 워드리스 북 작품도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뭐 시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말이죠-3-; *어느 밸리로 보낼지 고민하다가 저는 일단 만화사를 중심으로 보았으니 만화 밸리로 보냅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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